회사에서 집까지 오는 길은 몇 가지의 루트가 있는데(다시 회사원이 되었다!) 보통은 제일 빠르고 재미없는 길(지하철)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부터 지하철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정말 급하게 가야 하거나 시간을 맞춰야 하거나 하는 게 아니면 버스를 선호하지만 출퇴근에 소비하는 시간은 무조건 짧은 게 장땡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가끔은 좀 시간이 걸리고 돌아서 가더라도 좋아하는 길(버스)을 택할 때가 있는데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다. 평소보다 20분 정도 길어진 퇴근길에 유튜브를 보고 있노라니 늘 그렇듯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이상한 썸네일이 눈에 들어왔다. 몇 달 전에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땐 그냥 넘겼던 걸 어제는 클릭까지 해봤고...
Cody-Lee(李) - 我愛你
어? 이상한데... 좋은데.....??
썸네일만 보고 중국 밴드인가?! 싶어서 패스했던 것이(홍콩영화는 사랑하지만 중국은 약간 배척하는 편) 막상 들어보니까 너무 이상하고 좋은 거였다! 검색해보니 중국 밴드는 아니었고 원래 이런 컨셉인가 싶었는데 다른 노래들은 별로 임팩트 없고 평범한 걸 보면 이 곡만 어쩌다 얻어걸린 듯.. 그리고 가사가 유치한데 자꾸 생각나는 편..
"런던 홍콩 빈 리버풀 여기저기 바다를 건너 너랑 가고 싶다아~ 코엔지 나카노 키치조지 시모키타 욕심내지 말고 너랑 함께라면 어디든~ 알바 같은 게 손에 잡힐 리가!!!" 약간 이런 느낌의 가사였는데 으앗 갑자기 도쿄의 골목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에고타랑 사쿠라다이 맨날 자전거 타고 다니던 길 그리워 흑흑.. 다른 곡 가사 중에는 "그런 음악도 듣는구나 쿨하게 말했지만 사실은 계속 신경쓰여 누가 알려줘서 좋아하게 됐는지 알기 싫어 키린지를 좋아하는 네가 좋아" 뭐 이런 가사도 있어서ㅠㅠㅋㅋㅋ RGRG.. 이런 게 요즘 애들 감성인가?
뭐 아무튼 장수할 것 같은 밴드는 아니지만 너네들 화이팅.. 라이브 영상을 봤는데 노래는 많이 못하더라.
그리고 이 밴드를 보다가 또 이상한 제목의 노래를 발견하고 클릭해봤다.
藤井風 - 何なんw
w까지가 제목인데 한국말로 번역하면 "뭥미ㅋ" 정도가 되려나.. 아휴 요즘 일본 어린애들도 별 수 없네 하면서 노래를 듣는데 어..? 이것도 이상한데 좋은데...? 그래서 이 뮤지션 채널에 들어가서 동영상들을 훑어보니 대체로 썸네일이 이상했다. 데뷔 전에는 건반 치면서 노래하는 커버곡 영상들을 많이 올렸던데 이 영상들의 썸네일이 다 너무 이상하고 실제로 영상도 이상하게 디테일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를 들면 시이나 링고의 본능 커버 영상에서는 의사 가운을 입고 있고(본능 뮤비에서 시이나 링고가 간호사 복장임), 기브스 커버 영상에서는 팔에 기브스를 하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굴은 멀쩡하게 생겼는데 이상하다?? 그럼 난 환장하지.
그리고 또 오늘은 아주 이상하고 재밌게 생긴 컵이 도착해서 나를 즐겁게 했다.



두 개가 한 세트인 컵인데 리뷰에는 분명히 '하나는 찌그러져 있고 하나는 덜 지끄러져 있다'라는 내용이 많았는데 내껀 둘 다 엉망진창 와장창이자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장을 뜯는 순간 으하하하 하고 웃어버렸다. 너무 이상하고 웃기게 생겼어!!! 너무 귀엽지 않은가. 신나서 맥주를 따라 마셨는데 낮아서 그런지 거품이 잘 안 생기고 맥주잔으로는 적합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히 신났다. 이상한 걸 보면 신나는 사람...
살면서 취향이 이상하다는 얘기는 정말 많이 들었다. 옷을 살 때도 어딘가 이상한 디테일이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인 거 같다. 그러고보니 좋아했던 한국 밴드의 곡 중에는 ‘이상한 목’이라는 제목의 노래도 있었다(가사도 길고 이상한 노래임). 이상한 걸 좋아하니까 비쥬얼계에 빠져서 카리가리 같은 밴드를 그렇게 오래 좋아했지 싶기도 하고... 납득... 위트가 있는 이상함이 좋다. 이상한 거 최고. 앞으로도 더욱 더 많은 이상한 것들을 좋아하면서 재미있어 해야지.